2010년 1월 17일 일요일

The Real EVE (아프리카의 이브)

<아프리카 기원설>

인류의 기원에 대하여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학설이 아직은 없다. 다만 가설들만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1987년, 세계를 경악케 만든 하나의 가설이 발표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대의 알란 윌슨이 세계 각지 147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하여 계통수를 그린 결과, 현대 인류의 조상은 단 한 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각각 두개골 화석을 비교하는 방법과 분자유전학적 방법(분자시계)으로 현대 인류가 14만년에서 29만 년 전(이하 20만 년 전으로 적음)에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한 후 이 후손들이 세계 각 지역으로 이주하여 모든 인류의 부모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아프리카 가설(Out of Africa theory)’이라 부른다.

아프리카 가설은 인류가 ‘이브’라 불리는 한 명의 여성 선조에게서 두 개의 계통수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가설에 따르면 한쪽 가지는 아프리카인들뿐이었으나 다른 한쪽 가지는 아프리카인을 비롯하여 모든 인종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것은 현 인류의 선조가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뒤 세계 각지에 진출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영국의 인류유전학자 브라이안 사이크스는 『이브의 일곱 딸들』이란 책에서 전 세계의 미토콘드리아 DNA형을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L형에서 나뉘어 나온 33개로 분류하고, 동양인은 여섯 개의 집단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가설을 다룬 『뉴스위크』지 표지, 현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고작 20만 년 전에 살았던 한 여자 '이브'의 자손이라는 가설을 일반 사람들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모든 인류의 선조가 겨우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있었다는 가설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먼저 이 가설이 받아들여질 경우 인류의 조상에 관한 지금까지의 모든 지식을 폐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전자 분석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유전되는 생물체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DNA 염기서열에 의하여 결정된다. 생명체의 종(種)이 다르면 당연히 이 염기서열도 달라진다. 염기서열에는 생명체의 청사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균 1300염기서열에 하나의 비율로 차이가 난다. 생명체 사이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염기서열의 차이도 크다. 즉 ‘염기서열이 다른 정도’가 크면 클수록 생물간의 차이도 커진다. 생명체들이 원시적인 것에서 점차 진화해왔기 때문인데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화하려면 유전자들의 복잡성도 커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분자시계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쉬워지는데 이홍규 박사의 논문에서 인용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진화에는 시간이 걸리고 환경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어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은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나 환경의 변화가 크면 그 지역에 살던 생물의 수는 줄어들고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의 수가 증가할 기회가 부여된다. 이러한 현상을 뒤집어보면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명체가 많을수록, 즉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그러한 진화가 진행된 시간이 길고 환경의 변화도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즉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크면 클수록 진화가 일어난 시간이 오래된 것이다. 이렇게 돌연변이에 의해 나타나는 단백질의 변이(나아가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령하는 DNA의 변이)를 조사하여 진화가 일어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분자시계’의 개념으로 DNA의 분석자료와 지질학적으로 얻어진 자료들을 대비함으로써 확립된다. 이러한 분자시계 개념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먼저 미토콘드리아를 살펴보자.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와 같은 것으로 우리가 먹는 당분이나 지방질들을 태워서 화학 에너지인 ATP를 만들어낸다.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세포 안에서 분열에 의해 증식한다. 또 항생 물질에 대한 내성(耐性)이 원핵 물질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호기성 원핵생물이 원시 진핵 생물에 흡수되어 세포 공생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를 획득한 생물 중에는 시아노박테리아를 흡수한 생물도 있다. 세포 공생을 한 시아노박테리아는 나중에 엽록체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것은 다양한 유전자의 염기 배열의 비교를 통해서도 분명하다. 미토콘드리아도 엽록체도 게놈의 사이즈는 원핵생물에 비해 매우 적은데 이것은 세포 소기관으로서 정의되어 가는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가 핵으로 이동하고 그 지배에 들어가게 된 것을 뜻한다.

미토콘드리아라는 고성능 에너지 변환 장치를 얻게 된 진핵 생물은 몇 가지 생물로 분화하면서 진화하고 마침내 폭발적으로 많은 생물로 변하게 된다. 즉 진핵 생물에게 빅뱅이 일어난 것과 같다. 이 결과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진핵 생물의 무리에서 현재 지구상에서 번성하고 있는 동물들이 태어난 것이다.

여하튼 한 지역에서 인류가 나타난 후 다른 지역으로 그 일부가 이주하게 되는 경우 인류의 원(原)발생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는 이주하여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가령 미국의 LA나 일본 오사카, 만주의 연변지역에 사는 우리 동포의 유전적 변이는 그 중심지인 서울의 유전적 다양성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유전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민족'의 특성을 기준으로 할 때 비유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연구한 결과 mtDNA의 변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서 가장 다양하게 나타났고, 분자시계 개념으로 계산할 때 가장 오래된 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이 mtDNA를 가진 여성이 먼저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가설에 따른 인류이동도(『바이칼, 한민족의 시원을 찾아서』).


루카 카발리-스포르차 교수는 1988년 언어의 차이와 유전자 풀의 차이를 통하여 전 세계인을 분류했다. 유전자 풀(gene pool)이란 한 종류의 생물 집단이 가진 유전자의 다양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재 풀’에서 쓰는 것과 같은 의미로, 가령 혈액형 A, B, AB, O를 가진 사람들의 분포는 각각 A란 유전자와 B란 유전자가 얼마나 그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즉 A와 B 혈액형 유전자의 풀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로는 혈액형을 따지는 것이나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즉 DNA의 변이를 따지는 것은 같은 결과를 나타내는데, 후자 쪽이 훨씬 자세하게 실상을 파악하게 해준다.

아프리카 가설에 의한 세계인 분류도에 의하면 한국인과 일본인, 티베트인, 몽골인들은 에스키모,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유전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동일하다(북부 아시아인). 반면에 중국 남부인들은 캄보디아인, 태국인, 인도네시아인, 필리핀인들과 동일하다(남부 아시아인). 즉 남부 중국인과 북부 중국인‧한민족은 다른 갈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북부아시아인과 남부아시아인들이 약 12만 년 전에 분지(分枝)된 것으로 본다. 이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중국 사람들은 남북 아시아인으로 12만 년 전에 분지되었다가 다시 만난 한 핏줄의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학자들은 아프리카에서 나온 우리의 선조가 택한 경로를 대체로 두 갈래로 추정한다. 첫 번째는 과거 인류학에서 '버마 경로'라고 부르던 것으로 인도양과 아시아의 해안을 따라 동으로 이동한 것을 말한다.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중국 땅에 현 인류가 정착한 것을 6만~7만 년 전의 일로 보는데 중국에 도달한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한반도와 일본에도 정착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은 1만 2000년 전까지도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으므로 중국에 도달한 사람들이 한국을 거쳐 일본에 정착한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다.

메모리대의 윌레스 교수는 이들 중 일부가 약 3만 5000년 전에 아메리카로 건너갔다고 추정한다. 아마도 해안을 따라 북상하던 그룹이 빙하기에 얼음으로 연결된 베링해를 지나 아메리카로 건너갔을 것이다.

두 번째의 경로는 히말라야 산맥 북쪽을 택하여 실크로드를 거치거나 시베리아를 거쳐 내려오는 것이다. 한민족의 일반적인 특징은 추위를 이겨내기 쉽도록 실눈이 많고 광대뼈가 튀어나왔으며 동그스름한 콧날, 속 쌍꺼풀, 검은머리, 단두형의 머리 등 체질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홍규 교수는 바이칼 호 근처에서 6만~7만 년 전부터 한국인의 특징을 갖고 있던 민족인 북부아시아인들이 약 1만 3000년 전에 빙하가 녹으면서 북부아시아인들이 몽골루트를 거쳐 남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거대한 홍수가 자주 일어났고 바이칼 호의 저지대가 물에 잠기자 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이동해갔다는 것이다. 바이칼 호는 길이 636킬로미터, 최대 너비 79킬로미터, 면적 3만1500제곱킬로미터이다. 둘레는 2200킬로미터이며 최대 심도 1742킬로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깊은 호수이다.

한편 리처드 앨리 박사는 1만 1000년 전 지구의 기온이 화씨 9~18도로 급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늘날 평균기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데 그 같은 기온 상승이 불과 10년 동안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대기온도의 상승으로 빙하층이 녹아 해수면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아직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체로 학자들은 빙하가 녹아 세계 각지에서 대홍수와 같은 지구의 격변이 일어난 시기를 11,000~13,000년 전으로 추정한다.

최근 일본 오사카의과대학의 마쓰모도 교수는 사람의 혈청(血淸) 중의 항체유전자를 연구하여 몽고인종의 기원과 이동의 경로를 추적했다. 마쓰모토는 몽고인종을 특징짓는 유전자 결합이 네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몽고인종의 혈청 중에 있는 Gmab3st 유전자를 주목했다.

바이칼호 북쪽에 있는 뷰리아트 족이 몽고인종 중에서 Gmab3st 유전자가 100명 중에서 52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인은 41명, 일본 본토인은 45명인데 반하여 중국인은 화북(華北)지방이 26명 화남(華南) 지역은 9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에 북극지방에 사는 에스키모 족은 44명이나 몽고인종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마쓰모도 교수의 혈청에 의한 연구 결과는 시베리아로부터 남쪽으로 멀어질수록 혈청 중에 Gmab3st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수도 적어지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몽고인종이 시베리아로부터 기원한 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학자들은 여러 유전자 변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남자의 원형은 약 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mtDNA 분석 결과 시간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분자시계법으로 얻는 수치의 오차가 상당히 크므로 수만 년 정도의 차이는 인정할 정도의 숫자임을 감안해야 한다.

바이칼호수,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넓고 깊은 호수인데 약1만3000년 전에 빙하가 녹으면서 홍수가 일자 북부아시아인들이 남쪽으로 이동했다고 추정한다(『바이칼, 한민족의 시원을 찾아서』).

 

 

 

댓글 없음:

댓글 쓰기